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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액션 스릴러 ‘블랙 도브(2024)’시즌 1 - 가족 시청불가 러브 액션 스릴러

애플시드 2025. 3. 25. 14:05

*스포 경고 : 이 글은 많은 스포를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소개

서구 문명의 크리스마스는 일반적으로 온가족이 모여 파티를 열고 선물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2024년 크리스마스 시즌의 넷플릭스는 마치 알콜중독 부모에게 심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크리스마스를 증오하며 자라난 문제아가 내뱉는 온갖 욕설과 패드립처럼 잔인한 유혈 폭력과 게이 섹스로 점철된 ‘안티패밀리용 홀리데이 스파이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를 선보였습니다.  

여배우 키이나 나이틀리가 불륜에 눈이 돌아간 스파이 헬렌 역을 맡아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보여준 강인한 여성의 내면을 이번에는 피 칠갑도 불사한 온몸 액션으로 폭주하며 시즌 1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시즌 2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다면 또 한 번 그녀와 함께 피로 물든 크리스마스를 맞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리

영국 국방장관 월레스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품위 있고 엘리트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헬렌 위브(키이나 나이틀리 扮).

명절 행사와 준비로 분주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어느 날 사랑하는 불륜남 제이슨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슬픔에 빠집니다.

헬렌과 월레스 부부

한편 영국에서는 자국에서 약물 과다로 급작스레 사망한 중국대사와 실종된 그의 딸에 관한 뉴스로 중국과의 외교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특사는 영국이 제시한 중국대사의 사망원인(약물 과다)을 믿지 않고 미국과 영국이 공조한 살해로 단정 지으며 이를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려고 살해 증거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헬렌의 남편 월레스 국방장관은 위기에 빠진 외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가족을 돌볼 시간이 부족한 바쁜 일정을 보냅니다.

헬렌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샘(왼)

또 한편 살해된 내연남에 대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제이슨의 집에 찾아간 헬렌은 이제 제이슨을 죽인 자가 자신의 목숨도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인 비밀 스파이조직 ‘블랙 도브‘의 책임자 리드(세라 랭커셔 扮)는 이런 상황에 처한 헬렌을 지켜주기 위해 보디가드 겸 해결사 역으로 7년 전 조직원이었던 킬러 샘(벤 위쇼 扮)을 불러들입니다.

블랙 도브 조직 책임자 리드(오른쪽)와 헬렌(오른)

그렇게 샘과 헬렌이 사건을 추적해 나가던 중 헬렌의 내연남인 제이슨 이외에도 같은 날 두 명의 희생자가 더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희생자 중 한 명인 필립이라는 이름의 타블로이드 기자가 죽기 전에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국방장관인 헬렌의 남편에게까지 접근해왔다는 사실을 엿듣게 되면서 이 모든 사건이 하나의 실뭉치에서 풀려나온 엉켜진 실타래였음을 암시합니다.  

트리거맨(킬러) 샘

또한 샘은 헬렌을 지키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 외에 자신의 애인이었던 마이클의 목숨을 볼모로 잡은 이전 조직 보스로부터 7년 전 마무리 짓지 못한 임무의 완결을 강요받습니다.

그 임무는 7년 전 어린아이라 차마 눈앞에서 죽이지 못하고 살려준 경쟁 범죄 조직원 막내 헥터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애인 마이클의 안전을 위해 별수 없이 헥터를 죽이기 위해 찾아간 창고에서 죽은 중국 대사의 실종된 딸이 납치돼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어느덧 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감상 1. 사랑 그놈 참..

1. 헬렌

불륜이라는 형태의 만남에 대해 내연남의 죽음 이후에도 자발적인 의지로 목숨을 걸고 그에 대한 복수를 할 만큼의 가치를 산정했다는 점에서 ‘블랙 도브’는 ‘분륜도 사랑’이라는 사랑의 개념에 확장성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가족이나 애인을 위한 복수에 비해 설득력은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직업이 ‘스파이‘라는 것으로 사건 진행의 부족한 개연성 부분은 충분히 상쇄가 됩니다.
왜냐하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헬렌이 스파이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딱히 복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헬렌과 내연남 제이슨

2. 샘

아.. 샘..

사랑의 트리거맨 이라니 이 무슨 아리까리 까나리액 젓같은 설정인가 싶습니다.
보스에게까지 인증받은 마음이 따뜻한 킬러라..

이미 50명 안짝으로 사람을 죽인 살인기계에게 부여할 성품은 아닌 것 같지만 벤 위쇼의 연기는 그런 모순마저도 커버칠 만큼 좋았습니다.

아버지를 쏴 죽이는 싸이코 패륜과 범죄조직 아이를 죽이지 못하는 연민을 동시에 소유하고 돈이 아닌 ‘사랑과 우정’을 위해서 무표정으로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게이 킬러라는 역설적인 설정들은 벤 위쇼라는 배우의 독특한 분위기와 목소리에 전부 스며들어 갑니다.

아마도 벤 위쇼가 연기한 샘은 2006년 주연을 맡았던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 연기한 아름다운 살인이라는 역설을 소화한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샘과 마이클

3. 사랑 사랑 사랑!

‘블랙 도브’는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지며 사랑으로 끝이 나는 독특한 스파이 액션 스릴러지만 그 사랑은 로맨틱과는 거리가 있는 과도하고 처절하고 지독한 어떤 것 입니다.

헬렌의 불륜, 샘의 소수 성애, 그리고 이 사건의 모든 원흉인 짝사랑이 맞물리는 지점은 결국 죽고 죽이며 떠나가는 관계의 파멸이었습니다.
그런 것으로 봤을 때 아마도 감독은 전통적인 가족과 사랑을 가치를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였을지도 모릅니다.(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사랑이라는 헤게모니가 드라마를 감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드라마를 억압할 정도로 지배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곳 유명 배우의 좋은 연기와 자극적인 유혈 액션과 적나라한 게이 섹스,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같이 풀어나가는 것으로 시청자의 눈과 뇌를 풀가동 시키기에 그저 각자의 단편적인 회상 신(scene)과 대화 만으로는 각각의 사랑이 행동을 정당화하는 동기의 당위성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총평

여러 독특한 장치를 넣어보려 시도했지만 그냥 스파이와 범죄자의 대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액션 첩보물입니다.
그 점에서만 본다면 나름 장르에 충실한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은 영국식 억양과 영어 발음을 듣는 것에도 재미를 느끼는 탓인지 중심인물 3인 중 비중은 가장 낮았지만 세라 랭커셔가 연기한 리드가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블랙도브 국장 리드(reed)

대의가 아닌 돈에 의해 아군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정보팔이 다국적 스파이조직 ‘블랙 도브‘가 가지는 여타 스파이조직과의 차별성도 독특한 설정 이상의 흥미를 끌지 못합니다.  
조직의 손쉬운 태세 전환을 정당화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딜레마나 불가항력, 선택의 여지 면에서 오히려 극적인 상황을 반감시키지 않았나 합니다.

그냥 크리스마스 액션의 대표격인 ‘다이하드’처럼 크리스마스에 기대하는 보수적인 프레임으로 갔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도 정신 나갈 정도의 독특함을 강조하는 시대다 보니 오히려 요즘은 고전적 휴머니즘에 더 끌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혈을 좀 줄이고 게이 섹스를 빼고 복수의 동기를 불륜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로 설정했다면 추천하기도 좀 용이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이 같이 시청하기도 편했을 텐데 굳이 액션 스릴러물에 게이 섹스까지 집어넣으면서 HBO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시즌 2는 좀 더 대상 연령층을 낮춰 재미는 있는데 도무지 추천을 못하겠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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