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은 텅 비어있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더 베일 6화-
주인공 ‘엘리자베스 모스’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의 이 유명한 대사를 읊조리며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방영된 스파이 스릴러 드라마 ‘더 베일(The Veil)’의 리미티드 시즌 6부작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완주한 입장에서 봤을때 매우 적절한 러닝타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줄 평을 써야 한다면 ‘볼만한 건 그저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뿐 이었다’는 불친절한 문장을 꺼내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느슨한 긴장감을 끌고 마지막 회에 몰아친 반전은 나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역시나 스릴러라는 장르적 기대치를 만족시켜줄 만큼의 스킬은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캐릭터의 휴머니즘에 스탯을 분배한 것이 재미를 줄이는 주요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까지 진정성 있게 담기에는 회차 여유분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때문에 냉철한 스파이와 더 냉혈 해야 하는 테러리스트의 캐릭터가 너무 약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엘리자베스 모스의 팬이거나 시간 여유가 충분하신 분이 아니시라면 추천드리기가 좀 꺼려지긴 합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중도에 멈추지 않고 배속 시청도 하지 않고서 6부까지 충실하게 매주 회차를 다 찾아본 것을 근거로 흥미를 가지고 시청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략의 줄거리(결말 미포함)
주인공인 영국 정보부 MI6 소속 요원 ‘바이올렛’(엘리자베스 모스扮)은 임무를 위해 여러 나라의 국적과 이름으로 신분위장을 하고 다니며 주로 임무 타깃의 신뢰를 얻어 정보를 빼내거나 체포를 돕는 현장 심리 요원입니다.
어느 날 중동의 한 난민촌에서 식량배급도중 작은 소동이 일어납니다.
한 난민이 ‘아딜라’(윰나 마르완 扮)라는 난민 여성을 보고 자신이 직접 목격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의 요원임을 주장한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MI6는 바이올렛에게 ‘이머전’ 이라는 위장 신분을 주고 아딜라를 타깃으로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 임무는 난민촌에서 아딜라를 빼돌려 아딜라가 자신들이 쫓던 IS 지휘관인 ‘락까의 지니’가 맞는지 확인하고 체포를 돕는 일입니다.
이머전은 아딜라를 빼돌려 이스탄불을 거쳐 프랑스로 가는 동안 그녀에게 심리전을 펼쳐보지만 좀처럼 아딜라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거기에 공조 수사를 펼치던 프랑스와 미국의 정보기관은 그사이 수집한 아딜라의 증언을 토대로 검증한 결과 아딜라가 IS 지휘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머전은 자신의 직감을 포기하지 않고 정보기관의 임무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여러 스킬들(사랑, 중요 정보교환 등)을 이용해 위험을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아딜라가 IS 지휘관임은 물론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살상 테러를 계획에 참여하고 지휘했음을 알아낸 이머전은 아딜라를 한시라도 빨리 잡아 족치려는 정보국으로부터 아딜라를 보호하고 회유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테러에 대한 핵심 정보인 테러 무기를 싣고 미국으로 향하는 함선의 이름을 알아내려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아딜라는 또한 고작 5시간 앞으로 다가온 대규모 테러 공격 시간의 압박 속에 오로지 자신의 딸의 안전을 위해서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결정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의 플롯(중요 스포 포함)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는 ‘이머전(위장신분)’의 서사로 구성되지만 사실 드라마의 제목(The Veil)이 의미하는 핵심 서사는 본래 이름인 ‘바이올렛’에 관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위에서 서술한 ‘마지막에 몰아친 반전’과도 크게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머전은 끊임없이 과거의 몇 장면에 시달립니다.
외교관이자 MI6 요원이었던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죽음
그리고 아버지 밑에서 제자처럼 아버지를 따르던 마이클(제임스 퓨어보이 扮),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을 보살피던 마이클과의 사랑(?)과 둘 사이에 낳은 딸의 죽음(?) 같은 확실하지 않은 기억들의 조각과 100명이 넘는 각국의 위장 신분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위스키로 적셔가며 ‘누구든 될 수 있지만 아무도 될 수 없는’그런 자신의 소멸을 기대하며 현재에만 충실한 냉소주의자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도중 바이올렛은 이번 임무를 맡은 동안 공조 수사를 펼치던 CIA 요원 맥스피터슨(조지 찰스 扮)의 도움으로 끊임없는 의문의 출발점이던 아버지의 죽음(암살)에 관한 실마리를 풀어냅니다.
바이올렛의 아버지는 사실 영국정보요원이자 러시아 정보요원인 이중 스파이였던 것입니다.
바이올렛은 아버지가 조국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 깊은 회의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이올렛은 아딜라에 대한 임무 도중 암살당한 IS 요원 중 한 명(테러 작전 실시 전달자)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대담한 원거리 저격 암살 방식은 IS의 제거 방법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러시아의 방식에 가깝다는 것입니다.(이부분은 다소 어설픈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그 후 바이올렛은 도대체 이번 테러 계획과 러시아가 무슨 관계인지 알아내려 하지만 답을 얻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맡겨진 임무에 충실합니다.

몰아치는 반전(결말 스포 포함)
”딥스테이트에 온 걸 환영해요“
(이머전이 아딜라를 향해)
결국 바이올렛은 아딜라를 안전하게 외국으로 빼돌리기 위해 자신이 떠나왔던 멘토이자 사랑(?)인 ‘마이클’에게 최종적인 도움을 요청합니다.
드라마에서 베일(Veil)에 가려진 것 중 한 가지는 마이클이 딥스테이트의 고위급 멤버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으러 간 마이클의 집에서 바이올렛은 그동안 마이클이 이 사건을 맡은 처음부터 자신을 감시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방 안의 문서파쇄기에 분쇄되어 있는 문서 조각을 통해 마이클과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모든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바이올렛은 아딜라라는 먹잇감을 자진해서 적진에 던져준 꼴이 된 것입니다.
바이올렛은 마이클이 아딜라를 죽이고 테러 정보를 각국 정보국에 넘기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 그곳을 아딜라와 탈출하기 위해 작전을 짭니다.

또 하나의 반전(결말 스포 포함)
바이올렛의 작전은 성공하고 결국 아딜라의 신임을 얻는데 성공해 최소한의 희생으로 극적으로 대규모 테러를 막아내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희생에는 아딜라가 포함되었습니다.
마이클의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던 바이올렛은 마이클에게 도착한 우편물을 넘겨보던 중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고 집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모든 시절 모든 사진이 가득한 아버지의 집에서 아버지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습니다.
바이올렛은 바로 자신이 이 모든 배후에 있는 악마의 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설(숨겨진 이야기) - 이는 다량의 주관적 견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렛은 마인드컨트롤을 이용한 철저하게 딥스테이트로 키워진 요원이었습니다.
딥스테이트는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빌더버그클럽, 보헤미안클럽, 세계경제포럼등 여러이름으로 불리며 배후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점조직 그림자 정부입니다.
드라마에서 IS나 각국의 국가정보국은 그저 자신들이 세상을 조정할 때 쓰는 장기말에 불과한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모호하게 가려졌지만 희미하게나마 바이올렛이 마이클에 의해 어려서부터 성적인 관계를 맺고 그로 인해 낳은 아이는 어떤 그들의 의식에 재물로 바쳐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올렛은 커다란 트라우마 기반의 마인드컨트롤(바이올렛 어깨의 큰 흉터는 마인드 컨트롤 시 흔하게 사용되는 전기충격요법에 의한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에 인해 기억의 해리와 왜곡을 통해 마이클을 사랑한다고 여기고 있으며 자신의 딸에 대한 죽음의 기억을 왜곡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이올렛의 아버지는 자신을 죽음으로 위장하고 딸을 조직의 임무에 충실한 냉혈 요원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제자인 마이클에게 맡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뛰어난 요원으로 길들여진 바이올렛은 소시오패스처럼 냉소적인 현실주의자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이런식으로 버리죠?”
(바이올렛은 이 독백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악마였음을 내비칩니다)
하지만 이번 임무 도중 딸을 지키려는 엄마인 테러리스트 아딜라와의 교감을 통해 바이올렛은 감정의 동요를 겪습니다.
후에 바이올렛을 본 마이클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솔직히 그동안 너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실망스러웠어
감정에 지배당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더구나”
(마이클이 바이올렛을 향해)
그리고 자신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모든 권력을 자신들에게 통합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실제로 혼돈속의 질서(Ordo Ab Chao)는 그들의 염원이 담긴 어젠다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완전히 무너져야
새로운 황금기가 도래할 수 있는 거야“
(마이클)
따라서 첫 부분에 인용한 바이올렛의 마지막 독백은 좀 연극적이긴 했지만 매우 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옥은 텅 비어있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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