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으면 죽는다!“
<택배기사 6편>
1편을 시청하고 나서 고민했습니다.
‘더 봐야 할까?’
8부작 이상이었으면 그만 보는 쪽으로 결론이 났을 것 같은데 비교적 짧은 6부작이라 갈등이 약간 있었습니다.
1편을 시청하고 보니 앞으로도 식상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데 뭔가 좀 신선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표현한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기에 일단 2편의 플레이 버튼도 눌러놓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번도 사용하질 않아서 잊고 있었던 넷플릭스 1.5배속 재생 기능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 보고 난 후의 전체적인 느낌은 1.5배속 주행도 좋은 선택이었지만 제가 특별히 김우빈의 팬이 아닌 이상 1편 이후 시청을 그만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사이버펑크 한국 영화 ‘정이(2023)’를 봤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입니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가 SF 사이버펑크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아니 어쩌면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CG의 발전이나 카메라워크 같은 시각적 표현의 진보만으로 관객이나 시청자를 사로잡기엔 시대가 변했는데도 아직도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헛다리 짚고 자위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드라마를 보면서도 별 긴장감도 흥분감도 통쾌함도 느끼지 못하고 더구나 시각 표현이 중요한 SF 액션 드라마의 75% 이상의 분량을 1.5배속으로 돌려봤다면 이 시리즈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느낌은 긍정적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메시지들은 이미 해외의 여러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많이 널리 퍼져 있는 것들이지만 이렇게 국내 드라마를 통해 직접적으로 한국어로 전달된 적은 드물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나마 이 시리즈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백신에 대한 경고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분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강렬하게 단정적으로 박사를 통해 외치는 것이 바로 현재 포스트의 처음에 적어 넣은 대사 “백신 맞으면 죽는다.” 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거대 독점 기술기업과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경고입니다.
세 번째는 그 거짓말로 인해 발생하는 통제 사회, 계급사회에 대한 경고입니다.
네 번째는 실제로도 수도 없이 일어나는 (어린이) 납치 실종에 관한 경고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경고인지 조롱인지는 시청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게 영화적으로 경고처럼 보이는 사악한 계획이나 사건들에 대한 표현들은 대부분이 사실적이지만 그에 대한 영화적 해결책은 대부분이 판타지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백신이 위험하거나 거대 기술기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거나 그와 연합한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대국민 세뇌를 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계급을 나누는 악한 일들은 얼마든지 실제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에 대해 초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거나 택배기사들이 모여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를 보여주거나 정의로운 여성 소령이 저항군을 지휘하거나 해서 불의로부터 세상을 구할 확률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히어로류의 미디어들을 반복 습득하다 보면 실제로 일어날 위기에 스스로 맞설 저항의지가 타인 의존적으로 바뀌거나 아예 꺾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의 효과는 생각보다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실 예로 코미디언이 드라마 한편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저항의지가 꺾이고 공포를 이용해 다가오는 정부나 언론의 감시와 선동을 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면 아마도 영화에서 보이는 최첨단 감시 디스토피아는 지금보다 1.5배속 이상 빠른 속도로 그리고 영화보다 그 몇 배 이상 더 비참한 형태로 찾아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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