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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2023)’ - 하마터면 울뻔했다

애플시드 2023. 5. 5. 10:0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가모라’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이 위기에 처한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가디언즈 팀과 힘을 모으고,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미션에 나서는 이야기
평점
9.1 (2023.05.03 개봉)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카렌 길런, 폼 클레멘티프, 숀 건, 축워디 이워지, 윌 폴터, 엘리자베스 데비키, 마리아 바칼로바, 실베스터 스탤론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구리 때문에 울뻔했습니다.
엔딩이 조금만 다크했었다면 아마도 울었을지 모릅니다.
제임스건 감독은 DC유니버스의 수장으로 가기 전 마지막 마블유니버스 작품에서 ‘어벤저스 엔드게임(2019)’에 필적할 만한 엔딩을 선사했습니다.
개봉 당일에 보고 왔는데 포스트를 작성하려고 보니 대체적으로 ‘오랜만에 마블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확실하게 충족시켜준 작품’의 분위기로 올라온 다른 곳의 리뷰들과 별로 차이가 없을 것 같아 하루를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딱히 내용적으로 좀 색다른 느낌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두 가지 개인적으로 섬뜩했던 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포스트를 작성해볼까 합니다.

영화는 악당 ‘워록’에 의해 치명상을 입은 너구리 로켓의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 보안코드를 훔치기 위해 너구리로켓을 만든(개조한) 창조자이자 매인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본거지로 침투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매인 침투조인 ‘스타로드’와 ‘그루트’가 위험에 처한 줄 알고 그 둘을 구하기 위해 지하 쪽 게이트로 가까스로 침투한 서브팀인 ‘드랙스’ ‘맨티스’ ‘네뷸라’는 그곳에서 철창에 갇혀있는 수많은 소년소녀 아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아이들은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납치한(아마도) 실험체들이었지만 전 그 장면에서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습니다.

최근 미국은 물론 세계의 정재계 거물들이 소아xx 스캔들이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명품 거물 발렌시아가도 얼마 전 소아xx관련 이슈가 터졌고 성매매 스캔들의 끝판왕 격인 할리우드 거물 ‘엡스타인’ 리스트 관련 소아xx 추문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이슈화되는 문제들이며 전 세계에서 납치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소아xx를 위해 영화에서의 모습처럼 지하 감옥에 갇혀 지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거기다 무엇보다 더 소름 끼치는 건 비교적 최근 이 영화의 제작사인 디즈니와 제임스건 감독 자신이 소아xx 관련 이슈에 휘말려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 기업과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영화에서 ‘카운터 어스’라는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만든 대체 지구 행성이 나오는데 그곳에서는 한마디로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꿈꾸던 완벽하게 진화된(개조된)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그 종족들은 소위 우리가 ‘키메라’라고 부르는 동물과 인간의 하이브리드 종족들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완전한 진화란 이처럼 그저 말 잘 듣는 공격성이 제거된 인간 개돼지일 뿐입니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건 실제로 이런 하이브리드 생명체에 관한 실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SF 영화를 빌어 제임스건 감독은 그저 신나는 우주 모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악한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를 무찌르는 것으로 그런 짓을 일삼는 어떤 집단들에게 경고 내지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일까요?

글쎄요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2014)’에서 빌런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 과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입을 통해 두 번 반복되는 중요한 대사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

이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이 아니라 킹스맨의 영화와 현실의 결론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현실에서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를 무찌르거나 너희들이 말하는 정의가 실현되는 일은 없다는 조소입니다.  
참고로 이번 가오갤3의 하이 에볼루셔너리 기지의 터널에서 벌어진 전투씬은 거의 킹스맨의 페이크 원테이크 교회 살육씬의 오마주라고 봐도 무방할만한 다시보고픈 명장면을 선사했기에 묘하게도 이러한 킹스맨의 메시지가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킹스맨이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건 영화에서는 늘 수퍼영웅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영웅은 없습니다.
또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악한 자들의 계획과 범죄는 실제 합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그런 짓을 저지르는 자들은 정재계 거물들 할리우드 거물들이고 그들의 돈으로 제작되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 이 영화를 보고 재미와 함께 섬뜩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전체적으로 기대가 충족된 영화였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마블의 마지막 재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도 스쳤습니다.
주식용어로 치자면 고양이가 죽기 전에 급발진으로 점프한다는 설에서 유래해 대폭락 전 일시적 상승을 빗댄  ‘데드캣(dead cat bounce)’이라는 용어의 사례가 될 것 같은 예감 말입니다.
그만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가 앞으로 나올 마블 유니버스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영화라기보다는 ‘어벤저스 앤드 게임’ 이후 뭔가 마블 유니버스에 남아있는 2%의 아쉬움을 제대로 달래준 좋은 마무리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제는 DC의 수장이 된 제임스건이 빠진 가오갤4를 기대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신 그간 실망스러웠던 DC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가 좀 올라갔을 수는 있습니다.

마블유니버스가 밀고있는 멀티버스 플랫폼을 버린 것과 PC문화 코드를 노골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노웨어 행성의 디스토피아적이면서도 스팀펑크 분위기의 미장센도 마음에 들었으며 그 노웨어 행성 내부를 배경으로 우린 모두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의미의 자기혐오적인 가사의 얼터너티브 명곡 ‘라디오헤드의 Creep’과 함께하는 영화의 오프닝은 가히 Creep이 삽입된 영화 중 최고의 장면을 선사했다고 봅니다.(영화 오프닝은 터널전투씬과 함께 다시 한번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