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요약본
나에게 있어 7년 만에 홈버튼을 탈출하게 된 이번 아이폰14 플러스의 구매와 사용자 경험은 기능적 심리적 양쪽 측면에서의 득실에 따른 만족도를 따져봤을 때 비용면에서 충분히 기약이 불분명한 일정 기간의 식비를 줄일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1. 홈버튼 탈출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두려워한다.’
‘아이폰의 아이덴티티는 역시 홈버튼에 있다.’
내가 2016년부터 7년간 교체 없이 아이폰6s를 메인 폰으로 사용한 이유를 이 두 가지 워딩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시키는 게 뭔가 그럴듯해 보일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IT기기에 대한 무관심과 밀려난 소비 우선순위의 교집합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이유도 나이랑 상관이 없다고 할 순 없겠다.)
쉽게 말해 그저 고장이 나지 않으니 계속 사용한 것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럼 고장나서 교체했나 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장이 나긴 났는데 내 폰이 아니라 그분 폰이 고장이 난 것이다.

2. 아이폰14 프로맥스가 아니라 14 플러스로 선택한 이유
그래도 이왕 교체할 거라면 상위라인인 아이폰14 프로맥스를 선택하는 게 나로선 당연해 보였다.
7년만의 교체인데 혼자만의 보상심리라던가 보복소비(?)라던가 하는 개념을 적용해 본다면 더더욱 그래야 했을것이다.
거기다 역대급 급나누기의 얄팍한 상술이라는 아이폰14 라인업 출시 후 4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프로라인이 아니면 14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프로맥스로 구매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음에도 내가 고집스럽게 플러스라인으로 결정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돈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분 폰이 고장 난 것이 내 폰을 교체한 직접적인 이유였다면 그분 폰도 같이 교체했다고 추론해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내 것만 바꿀 상황이라면 모를까 애초에 두 대를 살 생각이었으므로 프로맥스는 일찌감치 검색어에서 제외됐다.
태어나서 처음 다소 낯간지럽기도 하고 설렘도 공존하는 커플개념을 도입한것이 내가 아이폰14플러스를 선택한 주요 이유중 하나다.

3. 아이폰 14 프로맥스가 아니라 14 플러스로 선택한 이유 2.0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처음엔 좀 더 무리를 해서 프로맥스 구매를 추진해 보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애플 스토어에 들러서 프로맥스를 손에 쥐어보고 우린 서로 약속이니 한 듯 마주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너~무 무겁다.
프로 일반을 손에 쥐어보았지만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너~무 작은것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면이 작았다.
말했다시피 내 이전 폰이 아이폰6s였고 그분은 갤럭시 8s였으니 우린 서로의 큰 폰 화면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고 있었고 또 그 사이 지나간 7년이라는 세월이 훑고간 아쉬운 시력이 반영된 니즈까지 더해졌으니
나름 견딜만 한 비용과 니즈가 일치하는 아이폰 14플러스가 가장 합리적인 소비라고 합리화했다. (합리화야말로 인간이 가진 공짜 프로작(항우울제)이 아닌가.)
물론 이 두 가지 니즈 또한 나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합리화되지 못했다.
또 하나, 아이폰14플러스의 강력한 유인책인 긴 배터리 지속시간은 우리가 가장, 아니 어쩌면 간절히 원했던 스펙이었다.
실제로 구매 후 최근까지도 우리는 몇 번이나 서로 “우와 아직도 배터리가 많이 남았네!” 하고 놀라며 “너~무 마음에 들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핵심 부분이기도 하다.

4. 3개월 사용 후기
그렇게 선택한 아이폰 14 플러스를 올해 1월 2일에 제품을 받아 오늘로 90일째 사용기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 그간의 경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며칠 전 지구 온난화로 일부 동토층이 드러나면서 얼어붙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치 그 기사가 예언이 된 것처럼 지난 85일간 숨어있던 문제점이 날씨가 급격하게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이른 벚꽃과 함께 피어났다.
그 기간 동안 큰 화면이 주는 만족감 뒤에 숨어있던 휴대성의 결핍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아우터가 주는 이득 때문이었다.
평소 뭔가 들고다니기를 귀찮아하는 내 라이프 스타일은 안정적인 주머니가 달린 아우터가 소외당하는 계절과는 페어링이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는걸 잊고있었다.
때문에 14 플러스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큰 화면은 단점이라는 역설에 노출되었다.
한손 컨트롤이 쉽지 않은 크기에 그에 따른 실책(놓침, 떨어짐, 미끄러짐)을 상쇄하기 위해 부착한 보호 케이스와 그립톡의 부피까지 더해진 총 사이즈는 트레이닝복이건 기성복이건 캐주얼룩이건 바지 주머니만으로는 꽤 부담스러운 핏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커다란 주머니가 특징인 카고팬츠가 대안이 될 수 있긴 하겠지만)
이제야 아이폰의 한 손 크기를 고집했던 고(故)스티브 잡스의 깊은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제 와 느끼는거지만 그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큰 화면을 포기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 외에는 아직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다이내믹 아일랜드, 128hz주사율, AOD, 바이오닉16프로세서, 더 나은 카메라 성능 등 14프로라인만의 장점은 그간의 스마트폰 경험으로 볼 때 내 폰질 만족도나 향상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니다.(128hz주사율은 솔직히 탐나긴 하지만)
7년간 사용한 아이폰6s(2016)에서 무려 6세대의 퍼포먼스를 뛰어넘은 교체였으니 무엇이 부족하랴.
거기에 7년간 사용중 후반기 4년간 생기기 시작한 두 가지 바람인 큰 화면과 긴 배터리 사용시간이 거의 완벽하게 충족된 제품이니 말이다.
솔직히 그것 빼고는 아직까지 아이폰6s와의 사용감 차이도 잘 모르겠다.(이는 분명 강력한 프로세서 차이를 느낄 만큼 개인적인 폰의 활용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스마트폰 활용도가 나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활용도와 사용빈도상 긴 배터리 수명과 큰 화면 이 두 가지 니즈 이외에 앞으로도 더 이상 특별히 어떤 것을 기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는 극적인 파손과 고장 이외에 폰을 교환할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필요를 만들어내는 것은 예상과 달리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라는 걸 알기에 애플은 또 필요를 만들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이 사야만 하는 제품들을 내놓을 것이 뻔하고 그에 현혹되지 않을 자신이 없기에 장담은 하지 않겠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다고!”
<영화 스티브잡스>

5. 포스팅을 마치려고 보니
제목에서 기대하는 자급제로 선택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음이 확인되어 덧붙여야겠다.
기존 LTE 요금제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어서인 점이 가장 크다. 난 5G가 과장된 홍보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할부나 약정으로 묶이는 것에 대해 공황발작을 일으킬것마냥 반응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폰을 바꾸지 않았던 큰 이유 중에 하나도 통신사 할부 약정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자급제폰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막연하게 폰은 그냥 통신사 2년 약정만이 정석인 줄 알았지.(나만 그런걸까?)
그래서 처음으로 자급제로 구입해 보았는데 뭔가 홀가분하고 깔끔하다고나 할까?
적어도 다음 달 결제일까지는 그 기분이 유지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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