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글

디스토피아 서곡 - 책 ‘초거대 위협(2022)’

애플시드 2023. 3. 28. 10:52

 

 
초거대 위협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이자 가장 논쟁적인 예측가,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가 돌아왔다. 전작 《위기 경제학》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에는 《초거대 위협》(MegaThreats)이라는 제목대로 오늘날 전 세계에 드리운 ‘거대한 위협’ 10가지를 해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10가지 위기와 그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꼽는 10가지 위험 요소는 다음과 같다. 부채 증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정책과 과도한 양적 완화가 불러온 결과,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탈세계화, 미중 갈등, 고령화와 연금 부담, 불평등 심화와 포퓰리즘의 득세, AI의 위협, 기후 위기. 개별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는데, 현재는 물론 짧게는 앞으로 20년간 큰 파장을 불러올 각각의 사안은 상호 영향을 끼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루비니 교수가, 지금이 1930년대 대공황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보다 형편이 좋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학계뿐만 아니라 IMF, 미 재무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근무하며 40여 년 동안 거시경제와 세계경제를 연구해온 그는 1부와 2부에서 현상 진단과 원인 분석을 진행한다. 10개의 장에서 앞서 언급한 ‘초거대 위협’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3부에서는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의 장점은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다는 점 그리고 읽기 쉽다는 점이다. 거시경제는 물론 국제관계 전문가인 저자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금융 체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제 관계의 변화, 인구 변동, 기술의 발전까지 다양한 사안을 접근한다. 방대한 기록과 사실관계 검토를 통해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데, 수리 모델에 기초하고 있지 않아서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물가와 금리, 내수와 무역, 주식과 부동산 등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거장의 통찰이 곳곳에 담긴 이 책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점이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누리엘 루비니
출판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2023.02.13
”암울한 미래를 기대하시라, 친구들이여.“
<초거대 위협> 중에서

2006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당시 암울한 미래를 전망한다고 해서 ‘닥터 둠’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이번엔 더 거대하고 불가역적인 글로벌 경제 붕괴 시나리오를 가지고 찾아왔다.
그리고 또 불행하게도 그가 이번에 제시한 10가지 초거대 위협들도 2023년 3월 현제 적중에 가까워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그동안의 경기부양과 같은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축적된 부채 문제는 SVB 붕괴로 시작된 세계의 거대은행들의 파산과 뱅크런 사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현대전에 가지는 세계인의 예측과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1년이 넘도록 소모적인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과 지정학적인 충돌이 가져온 공급충격에 대한 각국의 일관된 구제 조치들은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전환되었다.

어제는 기후변화가 원인일 것으로 보일게 뻔한 거대 토네이도가 미시시피주를 덮치고, 프랑스 이스라엘은 정치적 반발의 거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챗GPT 버전 4의 발표와 함께 인공지능 대란은 당장이라도 인류를 대체할 것처럼 기술의 가속을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동맹과 함께 블록을 형성하고 탈동조 탈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반도체를 둘러싼 전쟁은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를 가진 대만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충돌 위기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미친 듯이 미사일 실험을 해대며 미처날뛰는 북한의 도발에 불감해진 한국에선 민생은 뒷전으로 한 정치적 양극단 사이의 비방과 충돌의 메아리만 퍼지고 있다.

저자는 정치, 경제, 금융, 사회, 기술, 환경,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골고루 나타나는 각각의 10까지 초거대 위협들은 서로 페어링 되어 결국 1929년 대공황을 우습게 만들 만큼 고통스러운 금융위기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저자는 연속적이고도 안정적인 고도 경제성장과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 협력을 답안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답안은 누가 봐도 실현가능성에 기대기보단 ‘닥터 둠’을 벗어던지고자 한 작은 몸짓이 만들어낸 예의상의 답변일뿐이다.  
또 개인적 해답으로는 자산의 비율에 대한 다각화와 유연성을 추천하지만 그것또한 회의적이다.

그렇게 시간이 문제일 뿐 다가올 금융위기와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의 고통을 막을 수 없다면 시간을 내어 뇌에 과부하가 걸려가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유익은 무엇일까?
고작 ‘프레카리아트’나 ‘투키티데스의 함정’같은 몇 개의 용어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전부일까?
뇌세포의 비활성화가 심한 나와 같은 경우 매우 드물게 꾸역꾸역 경제 관련 서적을 읽는 이유는 보통 뭔가 손쉽게 돈을 벌만한 꼼수나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기인하는데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돈을 벌기는커녕 잃지만 않아도 성공인 게 아니가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미 인플레이션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넘어섰으므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런 책을 통해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을 파악해 놓으면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실체가 다가왔을 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적어도 예상했으므로 마음이라도 덜 흔들리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긴 인내의 터널을 지나가기에 나의 인내심과 끈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와 같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결국 이러한 혼란을 틈타 외치는 ‘포퓰리즘 슬로건과 프리랜서 민병대로 무장한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공허한 약속’에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경고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이제는 초경계 태세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초거대 위협> 중에서

끝으로 내 경우는 다음과 같은 허를 찌르는 문장에 극렬하게 공감함으로써 눈물이 앞을 가리며 이 책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되었음을 밝힌다.

”이게 정말로 그들이 재난지원금을 사용한 방식이란 말인가?
수백만 미국인이 본질적 가치가 없는 밈 주식이나 암호 자산에 얼마 안 되는 저축을 투자해 단타 거래나 도박을 했다.
그들 자신에게도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의 원래 의도인 경제 회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들의 돈은 빚만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어흑..내돈!ㅠㅠ)“
<초거대 위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