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 시즌1(2024)’ - 이젠 대놓고 조롱하는
- 시간
- - 00:00 (2024-03-21~)
- 출연
- 조반 아데포, 존 브래들리, 로잘린드 차오, 리암 커닝엄, 에이사 곤잘레스, 제스 홍, 말로 켈리, 알렉스 샤프, 시 시무카, 진 쳉, 사메르 우스마니, 베네딕트 웡, 조나단 프라이스
- 채널
- Netflix
저의 영드(영화 드라마) 감상 스타일이 늘 그렇듯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고(앞으로도 읽지 않을 예정이며) 드라마에 대한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드라마의 원작 판권과 관련된 누가 사형선고를 받았다고도 하고
또 드라마 배경으로 중국의 감추고 싶은 과거의 문화혁명(공산혁명)을 일부 다룬점이 꽤 큰 논란을 가져왔던 모양입니다.

이틀간 정주행하며 들여다본 저의 눈에 비친 삼체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뭔가 과학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 이슈는 과학이 아니라 종교였습니다.
대중문화에서 영지주의는 성경을 교묘하게 비틀어 조롱하거나 선과 악을 뒤집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 드라마 역시 시즌 1만 봤을 때는 영지주의 코드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다음 시즌이 나오더라도 너무 대놓고 영지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스포주의)
과거 중국의 문화혁명(공산혁명) 시절 대학교에서 제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부당하고 잔인하게 처형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저 힘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딸이자 과학자 ‘예원제‘는 그로 인해 인류와 세상에 대한 환멸을 안고 지내던 도중 뜻밖에도 강제적으로 외계와의 통신을 위한 비밀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렇게 비밀연구소에 갇혀 아무런 성과 없이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간 어느 날, 기적처럼 자신들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는 ‘삼체’라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무서운 경고의 회신을 받게 됩니다.
이 회신을 혼자만 확인한 예원제는 삼체의 경고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삼체를 지구에 끌어들여 이번엔 자발적으로 삼체를 도와 비밀리에 지구를 멸망시킬 계획에 참여합니다.
이에 삼체는 지구에 도달하기까지의 속도를 계산해 40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을 미리 알려주지만 그전에 11차원의 양성자를 이용한 초 고도의 기술집약체인 ’지자‘를 개발해 먼저 지구로 보내 모든 통신망을 장악해 인류를 감시하고 정보를 습득합니다.
또한 예원제와 그의 남편을 중심으로 자신들을 도와줄 정보원들(선택된 자)을 모와 기술진보의 속도가 너무 빨라 400년 후 자신들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지구가 자신들보다 더 강한 기술을 가지지 못하게 - 주로 획기적인 과학적 진보를 가져올 기술들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을 죽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협박의 방식으로 -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러던 도중 정보원과의 교신 과정에서 인간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뜻밖의 정보를 습득한 삼체는 자신을 속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인간과의 교신을 모두 끊고 자신의 신도들을 전부 죽음에 내몰아 몰살시켜 버립니다.
한편 비밀리에 삼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던 지구의 정보기관들은 결국 자신들의 통신망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삼체의 초고도 기술을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대중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이에 세계인들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유엔은 다시 한번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체가 통신망을 해킹해 행동이나 말은 감시할 수 있지만 속마음은 알아채지 못한다는 걸 알아내고 오직 생각으로만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한 3명의 최고 의원회를 구성하며 이 3명에게 절대 권력을 위임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삼체는 침묵을 깨고 다시 자신의 신실한 추종자들을 모아 그들을 이용해 의원회를 제거하려 합니다.


영지주의적 관점
먼저 삼체는 마치 성경의 삼위일체를 닮아 있습니다.
(하늘에 증언하는 세 분이 계시니 곧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님]이시라. 또 이 세 분은 하나이시니라 - 요한1서 5:7)
삼체는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하지 아니하시고 - 민수기 23:19)
삼체는 지구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아버지께서 너희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셨나니 - 누가 12:7)
삼체는 400년 후 지구를 심판하러 도착합니다.
(그들은 4세대(400년) 만에 여기로 다시 오리니 이는 아모리 족속의 불법이 아직 충만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라 - 창세기15:16)
삼체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택 받은 자들을 선정합니다.
(너희는 선정된 세대요 왕가의 제사장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특별한 백성이니 - 벧전 2:9)
추종자들은 아예 삼체를 ‘주님’으로 모시고 미치광이 광신도로 묘사됩니다.
(이런 묘사 부분은 이후 릴리즈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기생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합니다. 거긴 아예 교회를 사람들을 잡아먹고 죽이는 바이러스 괴물의 모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초고도의 과학기술로 무장한 삼체에는 그렇게 성경 속 하나님을 닮아있는 코드들이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는 3개의 태양(질량체) 사이의 안정적이지 못한 중력 문제인 삼체문제로 인해 불완전하며 인간을 두려워해 무자비하고 사악하게 인간을 벌레처럼 짓밟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여성으로 표현됩니다.
이렇게 메인 빌런의 코드에 성경적인 요소를 삽입하고 반면 이에 대항하는 인간 영웅들의 모습은 매우 타당하고 인류애가 넘치며 정의로운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시즌 1의 말미에 형성되는 삼체에 대항하는 지구의 3인 체제의 절대 권력을 위임받은 최고의원회 역시 말이 아닌 생각(정신)의 공유를 통한 삼위일체를 형성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7년간의 전 지구적 심판 동안 지구에서는 사탄의 삼위일체가 절대 권력을 쥐고 활동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더 많은 곳에서 여러 성경 속 비유 코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드라마 영화들에는 이렇게 성경 속의 코드를 사용해 성경을 왜곡하고 선을 악으로 악을 선으로 비틀어버리는 반기독교적 영지주의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들은 미디어들을 통해 아무런 비판 없이 시청자의 무의식에 스며들어 정신세계에 침투하게 되는데 이렇게 무의식을 이용한 일방적인 정보 삽입을 보통 서브리미널 기법(잠재의식 기법)이라고 합니다.

감상평
삼체는 이렇게 절대적인 파워 빌런에 대항하는 히어로를 그리는 다소 진부한 타노스식 플롯이지만 대립의 개연성을 설명하는데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과학 이론(?)들을 삽입하고 ‘메타버스’나 ‘나노섬유’ 또는 입자가속기를 통한 핵폭발 같은 현실에서 이미 존재하는 기술의 훨씬 더 진보된 형태들을 적절하게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를 정교한 CG로 표현하기 위해 3,000억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 ‘외계의 침입에 대항하는 인류’라는 허황되고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에 현실감을 입혔습니다.(이러한 블록버스터 특성상 최대한 화면이 큰 디바이스를 통해 시청하시는걸 추천합니다.)
특히 합성고분자 나노섬유를 개발해 무기화해서 마치 노아의 방주 같은 배에서 삼체의 보호 아래 있던 삼체 신도들을 끔찍하게 몰살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자 머지않아 전쟁에서 혹시 실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섬찟하기까지 합니다.

에필로그
드라마를 벗어난 현재의 인류는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은 2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동 최대의 화약고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드디어(?) 서로 공격을 개시함으로써 3차 중동전쟁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틈에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흡수하려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한국도 계속해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으로부터 언제까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 대립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세계 경제는 외줄타기를 하며 언제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대 혼란의 전조들이 지구상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의 혼란스러운 모습들을 보면 삼체의 지구침공 400년의 유예기간은 어찌 보면 축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삼체가 다다르기 훨씬 전에 스스로 자멸의 길로 접어들어 지구의 문명이 막을 내릴지도 모를 일입니다.(제 생각엔 삼체는 지구를 오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인류는 머지않아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인류의 전쟁과 대혼란을 타계하고 하나로 모으기 위해 정말로 인류 공동의 적을 외계인으로 설정하고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면 소련과 미국이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한다.
/나는 종종 우리가 외계인의 위협에 처한다면 전 세계에 만연한 불화가 삽시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상 외계로부터의 영향력이 이미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로널드 레이건(40대 미국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