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2023)’ - 이유 있는 흥행 폭주
- 평점
- 9.0 (2023.04.26 개봉)
- 감독
-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 출연
- 크리스 프랫, 안야 테일러 조이, 잭 블랙, 세스 로건, 찰리 데이, 키건 마이클 키, 프레드 아미센, 세바스찬 매니스칼코, 찰스 마티넷, 케빈 마이클 리차드슨
“그러기엔 우린 너무 귀엽잖아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요즘 북미에서 아주 난리난 영화 보고왔습니다.(개봉3주차까지 북미수익 4억3천만달러, 글로벌 수익 8억7천만달러)
릴스나 틱톡 같은 숏폼에서도 영화 OST인 악당 ‘쿠파(잭블랙)’가 부르는 피치스 공주를 향한 애절한 러브송 ‘Peaches’가 미친듯이 흘러나오면서 결국 4월 29일자 빌보드싱글차트 56위을 차지했네요.

북미보다 조금 늦은 오늘 국내 개봉일에 맞추어 관람을 하고 보니 왜 그렇게 북미에서 난리인지 알겠습니다.
닌텐도 게임을 하지 않았던 저도 재미있게 봤으니 그 게임을 하고 자란 수많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마치 닌텐도의 귀여운 마리오 게임세상속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임에서 원하는 단 한 가지는 원초적인 ‘재미’입니다.
그렇다면 게임 원작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도 그뿐이죠.
그리고 그 기대는 거의 완벽하게 충족되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문화를 점령해 죄다 노잼으로 만들어버리는 PC코드를 집어넣지 않은 것이 주요했습니다.
평단의 혹평을 받았던 이유도 아마 그것이겠지요. 노골적인 페미코인 인종코인 다문화코인같은거 넣었으면 아마 평단은 극찬했을 테지만 관객은 외면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선택은 현명했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미친듯한 흥행 돌풍을 일으켰으니 통쾌하지 않았을까요?
마리오 게임의 원작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제작에 참여한 것이 그런 노잼 바이러스로부터 영화를 보호할수 있었던 신의 한수가 됐던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전체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스포주의)
무모해 보이는 보수공사 창업으로 가족과 주위의 비웃음을 받던 마리오 형제가 도시의 배관을 수리하던 도중 사고로 추락한 지하시설에서 우연히 발견한 배관을 통해 버섯왕국과 다크랜드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그로 인해 버섯왕국에 떨어진 마리오는 다크랜드에 떨어진 동생 루이지를 구하기 위해 버섯왕국 공주의 도움을 받는데 성공합니다.
마침 다크랜드의 제왕 쿠파는 험악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현란한 플러팅 기술을 섞어가며 공주와의 결혼과 버섯왕국의 통치를 노리며 쳐들어 오고 이에 맞서 마리오와 공주는 이웃나라 돈킹콩 군대와 연합하여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영웅이 됩니다.

이처럼 고전적이고 단순한 스토리라인 위에 펼쳐놓은 볼거리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는 그저 거들 뿐이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화려하고 귀엽고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마리오와 함께 저도 게임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 실컷 게임을 즐기다 온 느낌입니다.
영화를 보았다기보단 닌텐도월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같은 놀이동산에 다녀온 기분이랄까요.
아마 닌텐도 마리오 게임들을 재미있게 하셨던 분들이라면 신난다를 넘어 벅찬 감동까지 받으셨을 거라고 봅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북미에서 개봉3주차가 넘도록 이상하리만큼 흥행 폭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간 흥행게임원작 영화들의 성적이 부진했었던 이유는 주 타깃층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게 이 영화의 흥행을 통해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원작 유저의 주 타깃층은 해당게임의 유저들이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것은 게임의 바깥에서 IP를 이용해 새롭게 창조된 스토리를 즐기는것이 아니라 바로 그 게임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였던 것입니다.
그 전략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영화속에 닌텐도의 게임들을 충실하고 세밀하게 엮어 넣은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이제 게임원작을 넘어 전체 애니메이션부분에서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흥행순위 1위를 향해 내달리고 있습니다.
게임제작사 닌텐도는 포캣몬스터와 마리오로 이미 자사 IP매출이 세계1위인데 이제 거기에 영화까지 추가가 됐으니 정말이지 부럽네요.
영화의 장면 장면을 담아내는 뛰어난 카메라워크 또한 인상적입니다.
특히나 이처럼 스토리보다 스크린 위주의 작품에서 어떤 장면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와 재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데 그 점에서 보는 동안 여러 번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영화의 씬스틸러 ‘루마’의 허무와 공허에 쪄든 대사들도 잊지못힐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이 귀여운 캐릭터의 입에서 그런 문장들이 튀어나올줄이야..
루마의 절망과 좌절은 영화 끝까지 관객의 영혼을 괴롭힙니다.
또 빼놓을수 없는것이 바로 영화 OST 입니다. 위에도 언급힌 강한 중독성을 지닌 쿠파(잭블랙)의 러브송 peaches는 이미 숏폼을 장악해 반복되며 중독의 중첩상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아하의 Take on me(1985) 부터 비스티보이즈의 No Sleep till Brooklyn(1986) 보니타일러의 holding out for a hero(1984) 등 올드팝을 주요장면에 적절하게 배합한것은 이 영화의 타깃층이 가족을 넘어 닌텐도 게임에 대한 진한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 유저를 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취일 순 있겠습니다만 91분이라는 상영시간도 만족스럽습니다.
숏폼 시대에 참을성의 한계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영화의 상영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은 아마도 치솟는 관람비 인상에 따른 관객의 보상심리를 반영한 것일까요?
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90분 이상을 담아내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들이 긴 상영시간을 고집함으로 지루함을 선사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91분 러닝타임은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OTT처럼 컨트롤이 불가한 일방적인 극장 시스템에서는 100분 정도 까지의 러닝타임이 적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극장판과 감독판의 두 버전 동시출시가 일반화됐으면 하는것이 바램이라면 바램입니다만 엣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