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뜻밖의 위로) - 책 ‘클루지(2008)’
- 저자
- 개리 마커스
- 출판
- 갤리온
- 출판일
- 2008.11.24
클루지란 공학자들이 ‘다소 급조된 엉성하고 어설픈 해결책’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지만 이 책에서는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선택의 혜택을 온전히 입지 못해 적응적인 이득을 취하지 못한 상태로 현재까지 유지된 신체적, 정신적 특성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인 몸과 마음 상태를 학문과 역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용어쯤으로 보면 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관한 분석에 집중하며 그에 따른 보완점을 제시하고 있다.
예상 못 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의지박약, 기억감퇴, 집중력 감소 등 요즘 들어 부쩍 가중되던 이러한 스트레스의 원인들로 인해 자기혐오 내지 자책감이 무기력과 우울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노선을 그리고 있는 요즘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원래 다 그런 거’라는 명제를 각종 예시와 실험 결과, 연구 논문까지 제공해가며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이 책이 적절한 위로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이나 혹은 분류체계를 거친 특정 집단이 아니라 수십억 인간 대부분이 그것도 당연하고도 필연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면 적어도 ‘자신의 결함이나 잘못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고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이라는 자책감에서만은 벗어나도 된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렇더라도 그 위로의 효과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그 위로가 나에겐 ‘적절하거나 쓸만하긴 했지만 최상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에게 준 위로는 책 제목 그대로 ‘클루지’였다.
그 이유는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근거들이 오롯이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서만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진화론의 명백한 증거라고 제시한 망막의 맹점부터 침팬지와의 유사성까지 이미 논리적 실험적 반론이 나와있는 상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자신이 경계하는 편견과 믿음에 관한 사고의 오류에 관해 책 내용과 논리적으로 배치되는 자기모순으로 스스로 클루지에 빠진 상태를 보여준다.
거기다 경험적 연구를 토대로 제시한 정작 중요한 해결책들은 진화심리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다.(실험들도 그렇다) 그렇다면 굳이 진화심리학적인 해석으로만 원인을 접근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인간의 마음과 생각이 향하는 모순과 나약함 들은 경험적으로 실제 하며 그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보완적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근본적인 관점이 나와 다르다고 해도 이 책이 주는 유익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마음의 오류를 발견하는 것과 함께 마음의 클루지를 벗어나기 위한 13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에필로그 챕터 만으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보다 진화심리학적인 원인 분석에 의미의 무게를 둘 경우 자칫 자신의 결점을 다른 어떤 것의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주의식 위로에 매몰될 위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원인이 내가 아니라면 사실상 책임도 내가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